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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자료/영화랑

잘난 그들에겐 그저 묻었다 털어버린 먼지같은, "하녀"(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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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녀, 2010>


전도연, 이정재, 윤여정, 서우 라는 쟁쟁한 네 배우,
임상수 감독, 베드씬, 칸 진출, 故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리메이크했다는 등등
[하녀]는 제작 과정에서부터 개봉까지 참 여러 이슈가 있었던 것 같다.
특히나 리메이크 작이기 때문에 1960년 故 김기영 감독의 [하녀]와 끊임없이 비교되면서
새로운 해석이다 또는 원작의 스릴러가 없다, 실망이다 등 칭찬과 비판이 줄줄..

나도 전에 수업에서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봤었지만
기억이 잘 안나서 그런지 리메이크 작이라고 해도 별개의 작품으로 생각하게 되어 실망이다, 이런건 잘 모르겠다.
장르를 굳이 나누라면 블랙코미디 쪽인 것 같고, 이야기의 포인트는 "본능"보다는 "천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날 때부터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에, 그렇게 자라왔기 때문에"
나는 정상이고, 남이 비정상이 되는 뭐 그런.

이걸 가장 잘 보여주는 캐릭터가 주인공 남자 "훈(이정재)"이 아니었을까 싶다.
장모에게 "질문은 제가 합니다" 라고 과감히 던지는 멘트나 베드씬에서의 몸짓 등에서 충분히 보여준다.
(그는 육체적인 관계에서도 물론 여자에게 봉사하지 않는다. 요구하고 충실히 즐길 뿐)
가장 허걱 했던 장면은 출산한 "해라(서우)"에게 훈이 살짝 뽀뽀를 하자 불륜에 열받은 해라가 입술을 물어뜯는다.
그 때 훈은 당황하면서 어색하게 웃음 지으면서 나오지만 사실은 엄청 화가 난 상태다.
가장 사랑한다는 마누라에게.. "니가 감히 내 (귀한) 입술을?" 이라는 독기 찬 분노를 내뿜으며.
(내 눈엔 정말 "귀한" 이란 단어가 보였어..)
그가 갖고 있는 매너와 친절함은 마음의 배려와 존중에서 우러나온게 아니라
그냥 날 때부터 교육 받아와 몸에 베어있는 습관일 뿐이다.
기쁠 때 웃고 슬플 때 우는 것처럼 다른 사람에겐 상냥하게, 이런 식으로 당연시 습관화 된. 감정 따윈 없는 것.



<영화 하녀, 2010>

그 다음에 인상 깊었던 것은 배우들의 연기였다.
뭔가 해라의 역할이 비교적 작았던 것 때문에 그랬는지 서우 연기는 기대만큼은 아니었고..
대신 전도연이 왜 여우주연상을 그렇게 자주 받는지 알게 되었달까.
정작 전도연 본인은 은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괴로웠다고 하던데
이건 이해고 뭐고를 떠나서 그냥 은이던데?
"어떻게 다들 아세요?" 같은 그런 대사를 정말, 있는 그대로, 천연덕스럽게 내뱉는 그 모습은 새삼 신선했다.
윤여정 여사님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진짜 취한 연기와 습관적인 빈정거림이 한껏 묻어나는 "아더메치"는 잊지 못할 것 같다.
수트발 때문이었을까.. 이정재도 잘 어울렸다고 생각하고.

참참.. 박지영. 진짜 박지영은 왜 포스터가 없냐 ㅠㅠ
그 여전한 미모도 최고지만 해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니가 아직 어려서 잘 몰라" 라고 속삭이던 모습들.. 
다른 누가 "그것들은 원래 그런 것들이야" 라고 상류층 사위를 비아냥대면서도
살아야겠으니, 그들을 등에 업고서라도 좀 가져야겠으니
진짜 말 그대로 아더메치해도 납작 엎드리는 속물을 그렇게 우아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그리고 엔딩 장면 때문에 말이 많던데-
그냥 나의 관람 포인트에서 보면 엔딩도 하녀 은이가 죽음이라는 큰 충격을 안겨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들에게는(훈, 해라 등) 그저 한번 머리카락을 날리게 만든 바람, 또는 현관 앞에 내렸던 눈 같은 것이다.
처음에는 밟으면서 꺅꺅 좋아하지만 이내 흥미를 잃고, 녹은 뒤엔 있었단 사실조차 기억에서 사라지는 사소한 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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