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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으로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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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 당근거래

아이들 배변훈련용으로 샀다가 한번도 쓰지 않은 유아 변기커버가 있었다. 당근마켓에 올려두었는데 생각만큼 연락이 없어(새상품인데 ㅠㅠ) 낙담하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오늘 연락이 왔다. 착불이라고 하니 쿨하게 제품가격+배송비까지 바로 쏴주시는 고객님.

그런데 고객님의 쿨한 입금에 정작 나는 쿨할 수가 없었는데 바로 이 배송비가 문제였다. 쇼핑몰에서 살 때야 보통 2500~3000원이지만 개인이 편의점 택배 등을 이용할 땐 무게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이 쿨한 고객님이 3000원으로 알아서 책정해서 보낸 것이다.

그래봤자 여기서 천원 정도 더 나올 것 같은데 천원을 더 달라고 해야하나, 그래봤자 천원인데 어차피 당근거래 안했으면 친구 애들에게 무상으로 넘겼을 제품이니 그냥 기분 좋게 내가 부담한다고 할까, 깎아달라고 했으면 그냥 깎아줬을텐데 이렇게 셀프 디스카운트 하기 있기? 없기?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당한 것 같아 기분까지 막 나빠지는게(?)... 고작 천원이 나에게 준 번뇌는 컸다. 그리고 역시나 택배 예약을 하니 천원 정도 더 붙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보통 문제가 이러하니 저렇게 해결하자, 하고 방안을 고민해서 제시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오늘 같은 경우에도,

1. 문제에 대한 판단
= 배송비는 4천원인데 3천원만 받았다
-
2. 상대에 대한 판단
= 3천원만 주고 싶었다
-
3. 나에 대한 판단
= 배송비 차액을 손해보고 싶진 않지만 그렇다고 천원에 연연해 거래를 깨거나 쪼잔해보이고 싶진 않다.

이렇게 3가지 측면에서 생각해서 방안을 제시하려 했는데 2번은 확실하지 않고 내가 알 수 없으니 3번에 근거해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 보니 문제는 서로 다른 배송비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 인데 내가 천원을 손해 볼 것인가 (거래가 깨지더라도) 말 것인가가 되어 선택이 어려웠다. 또 선택을 고민하면서 옆에서 친구는 그냥 기분 좋게 팔라고 하지, 배우자는 차라리 깎아달라고 하지 예의가 없다는 둥 한두마디씩 거드는 통에 2번에 대한 생각이 과대망상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고민 끝에 내가 상대에게 던진 한 마디는

“개인이 보내는거라 배송비가 천원 정도 더 나오네요”

그러자 “더 보내드릴게요” 하고 빛보다 빠르게 천원이 입금되었다. 나의 번뇌가 부끄럽구나. 오해해서 미안합니다...

이렇게 상대의 의도를 판단할 수 없을 때는 지레짐작해서 득실을 따져 내가 방안을 제시하기보다 그저 “배송비는 얼마예요” 사실을 말하고 상대가 판단하도록 하거나 상대의 의도를 들어보고 판단하는 것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구나. 불순한 의도에 불쾌해 하는 것도 그 후에 해도 되는 것이구나. 심지어 불쾌한 의도가 아닌데 나 혼자 오해하고 불편해하지 않아도 되는거구나. “상대에게 공을 넘긴다”는 새로운 문제 해결 방법을 배운 것 같다.

고객님은 왜 처음에 3천원을 그냥 입금한걸까? 쇼핑몰에서 그렇게 하니까 그냥 평균 배송비라고 생각했던걸까? 내가 그냥 천원 쯤이야, 하면 얼추절추 깎아보려는 마음이었을까? 여전히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확실한건 내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는 방법으로도 천원에 연연하는 쪼잔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으면서 손해를 보고 싶진 않았던 내 의도대로 결과가 이뤄졌단 것이다.

+
쿨거래 감사합니다.
내일 잘 포장해서 배송할게요-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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